오무사



원 모어 서비스(One More Service)

제목에 '백'자가 들어가는 소설을 좋아한다. 하얗거나 눈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 이 소설을 읽다보면 오무사라는 전구 가게가 등장하는데 내용은 이렇다.

오무사에서 이런 전구를 사고 보면 반드시 한 개가 더 들어 있어요. 이십 개를 사면 이십일 개, 사십 개를 사면 사십일 개, 오십 개를 사면 오십일 개, 백 개를 사면 백한 개, 하며 살 때 마다 한 개가 더 들어 있는 거예요. 잘못 세는 것은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하나, 뿐이지만 반드시 하나 더, 가 반복되다 보니 우연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느 날 물어보았어요. 할아버지가 전구를 세다 말고 나를 빤히 보시더라고요. 뭔가 잘못 물었나보다, 하면서 긴장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입을 조금씩 움직이고 계세요. 말하려고 애를 쓰는 것처럼. 그러다 한참 만에 말씀하시길, 가지고 가는 길에 깨질 수도 있고, 불량품도 있을 수 있는데, 오무사 위치가 멀어서 손님더러 왔다 갔다 하지 말라고 한 개를 더 넣어 준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그것을 듣고 뭐랄까, 순정하게 마음이 흔들렸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무재 씨, 원 플러서 원 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대형 마트 같은 곳에서, 무재 씨도 그런 것을 사 본 적 있나요. 가끔은. 하나를 사면 똑같은 것을 하나 더 준다는 그것을 사고 보면 이득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게 배려라거나 고려라는 생각은 어째선지 들지 않고요. 그러고 보니. 오무사의 경우엔 조그맣고 값싼 하나일 뿐이지만, 귀한 덤을 받는 듯해서, 나는 좋았어요. 그랬군요.
<백의 그림자 中> 황정은

현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영 방침 중에 OMS(One More Service)가 있는데 개념과 이름 모두 오무사(OMS)에서 영감을 받았다. 여담으로 한 방송사에서 황정은 작가님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오무사에서 진행해 보고 싶다고 연락이 온 적이 있다.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한 동안 설레였던 기억이. 평소 나와 동료들이 흠모하던 예술가들이 이곳을 많이 방문해 주었다. 또 다른 보상이었다.



2017년 3월 ~ 영업 중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47-56

BI - 배채연
나머지 작업 - 현현









철거 전의 오무사

사찰 이름 같기도 하다.

오무사 옥상에 에어컨 실외기를 올리고 난 뒤




인왕산 아래의 오무사

오무사에서 보이는 인왕산


인왕산과 피어오르는 향을 형상화한 BI

인왕산을 표현한 타르트

낮의 오무사

밤의 오무사


원래부터 여기에 있었던 것 같은 빈티지 스피커

함께 일했던 매니저가 두번째 사장님이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갈색이 가득한 오무사
하루키의 말처럼 조용한 바는 귀하다.


커피콩으로 장식한 눈사람
겨울 산장 같은 오무사








 <라운드 미드나잇>
무알콜 칵테일 <밝은 밤>





시그니처 칵테일 <백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