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이 없는 일은 고난에 취약하다






우리의 삶은 항상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근본적인 영적 질문은 이것이다.
"귀 기울여 들을 것인가?"
-오프라 윈프리

최근에 현장에서 화재가 있었다.
도장 작업 중이었는데 민원이 심해서 낮에는 작업을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주말에 야간작업을 강행했는데, 새벽에 일을 마치고 떠난 아무도 없는 현장에서 불이 난 것이다.
댄디와 산책을 준비하던 평화로운 주말 오전 9시에 소방서에서 전화가 왔다.
- 선생님 공사 중인 현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빨리 현장으로 와주세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너무 다급해서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었다.
이어서 경찰서에서도 전화가 왔는데 언제까지 올 수 있냐며 재촉했다.
20분이면 갈 수 있다고 말하고 셔츠에 단추를 채우는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이번 현장은 노후된 건물이 빼곡하게 밀집해 있는 곳이었고 2층에는 오래된 여관이 운영 중이었다.
전날 여관을 찾아가 밤에 페인트 냄새가 날 수 있으니 문을 닫고 주무시라고 안내장을 나눠 드렸는데 그게 걸렸다.
혹시나 닫힌 창문 때문에 냄새를 못 맡아서 대피하지 못했으면 어떡하지?
개업일에 맞춰서 등록하려고 서류 접수만 해놓은 화재보험도 떠올랐다.
회사 단톡방에 화재 소식을 알리고 현장으로 가면서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핸들 위에서 덜덜 떨리던 내 손.
고작 새로운 가게 하나 더 내자고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렸던 말인가?
만약에 이번 일로 누군가 다친다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현장의 모습이 극과 극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신을 찾았다.
운전하는 내내 간절하게 기도했다.
만약에 이번 화재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면 제 능력과 에너지를 세상에 도움 되는 일에 쓰겠습니다.
다행히 기도가 닿았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웃 인쇄소 사장님 세 분이 현장 앞 골목에 서서 커피를 마시다 화재를 발견했고 초기 진압을 해주셨다. 연기가 가게 밖으로 새어 나오다가  갑자기 불길이 치솟는 걸 발견하고는 소방서에 신고하고 빠루를(쇠 지렛대) 가져와서 자물쇠를 따고 현장 안으로 들어가 소화기 3대로 초기 진압을 해주신 것이다. 소방관들은 도착해서 잔불만 진압하면 되었다.
불이 다 꺼진 현장을 보니 도장 작업에 필요한 신나와 인화성 재료들이 화재 난 곳에서 불과 몇 미터 뒤에 쌓여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불이 났을 것이다. 그날 여관에는 아홉 명의 숙박객이 있었다고 한다.조사를 받느라고 만난 소방관도 경찰관도 천운이라고 말했다. 하늘이 도왔으니 착하게 살라고 말했다. 불을 꺼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라고.
삶이 무언가 나에게 말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깨달은 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
명분이 없는 일은 고난에 취약하다.
과정이 전부이다. 과정 속에 누군가 소외 되거나 괴로워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봐라.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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