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헤이팝





[기획]

・ “모든 것은 거실에서 시작되었다”라는 문장으로 필로소피 라운지의 시작을 밝히고 계십니다. 실제로 처음 나만의 거실을 갖게 되면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이 이 위스키 바 오픈으로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 과정을 들려주세요.

서울에 올라와서 경제적 이유로 동생이랑 오래 살았어요. 그래서 대개는 거실도 방의 확장된 공간으로 사용됐는데 혼자서 살 게 되면서 뚜렷한 목적이 없는 공간을 처음 갖게 되었습니다.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필요를 몰랐던 공간이 생기니 우선은 비워 두었어요. 집안에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 필로소피라운지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좋은 의자를 하나 사서 사색하는 공간으로 이용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공간에 빛과 음악을 추가했고, 분위기가 좋아서 누군가를 집에 초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개는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1차를 하고 저희 집에서는 위스키에 간단한 디저트나 과일을 먹었는데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거실은 사색을 하기에도 대화를 하기에도 좋은 곳이었습니다.




・ 2층에는 낡은 여관이 있고, 주변 역시 세월의 흔적이 역력히 느껴지는 오래된 건물들로 가득합니다. 이 공간을 발견한 뒤 기존에 품었던 필로소피 라운지라는 아이디어를 연결시킨 것인가요, 반대로 필로소피 라운지를 만들기 위해 이 공간을 찾은 것일까요?

저희가 새로운 매장을 구할 때는 아무런 목적성을 가지지 않고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지역을 둘러봅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하면 여기서 무엇을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장사가 될까? 어떤 상호가 어울릴까? 하고 역으로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몇 번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공간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좋은 공간을 발견하면 이곳에 더 어울리는 무엇이 새롭게 떠올랐어요.




・ 충무로와 을지로 사이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혜화, 서촌, 성북동, 안국에 이어서 처음으로 이 동네에 자리 잡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혜화에서 장사를 시작하면서 주거도 이쪽으로 옮겼는데 종로가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살던 울산보다 이곳이 더 고향처럼 느껴졌어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면 오래된 동네이면서 개성 있는 골목들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권리금이 없고 비어진 공간만을 찾아서 작업하고 있는데 핫한 곳들은 그런 곳이 없기도 했고요. 종로를 벗어나 작년에 성북구 올해에 중구로 진출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새로운 곳에서 작업을 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 이전 매장들을 돌아 보면 인생의 단맛은 칵테일, 독일주택과 수도원은 맥주, 헌술방은 와인, 법원은 위스키를 중심에 두고 있는데요. 이번 필로소피 라운지는 어떤 이유로 ‘위스키 & 디저트 바’를 표방하나요?
저희가 주류를 다루는 공간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건전함과 낮은 문턱이에요. 법원을 오픈하고 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위스키 바에 오셨다는 손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위스키가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이미지(비싸다, 중년, 남성적)를 희석하고 싶었습니다. 위스키와 디저트의 궁합이 잘 어울린다고도 생각했고요. 필로소피라운지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생겼다는 먹자골목(명보극장 먹자골목)에 있는데요. 이 곳에 맛집이 너무 많아서 다른 안주류보다는 디저트가 낫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공간]

・ 제가 가본 현현의 타 매장들에 비해 훨씬 넓다고 느꼈습니다. 작고 아늑한 바 대신 넓고 쾌적한 바로 방향을 잡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라운지 바라는 형태를 느낄 수 있는 스케일이 중요했습니다. 사색하기에 알맞은 장소는 넓거나 탁 트인 공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 벽을 따라 둘러진 소파와 불투명 유리를 세운 파티션 덕분에 20여 개의 테이블이 있음에도 각각의 자리가 독립성을 갖습니다. 전체적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은 무엇일까요?
질문해 주신 내용을 가장 신경썼어요. 독립성과 시야. 그리고 라운지 바라는 것을 들어오시자 마자 느꼈으면 했어요. 많은 손님들이 호텔의 라운지 바 같다는 말씀을 하셔서 그 점은 잘 표현된 것 같아요.




・ 짙은 브라운 톤과 노란 빛의 부분 조명이 전반적인 무게를 잡고, 그린 올리브 컬러가 우아함을 더해주는 인상이에요. 색상 조합을 이렇게 선정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전체적으로 목재를 많이 쓰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자칫 저희가 피하고 싶었던 이미지(클래식, 무게감, 럭셔리)대로 나올까 봐. 그래서 가구에는 컬러감이 있는 색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계동의 버번 위스키 바 ‘법원’과 마찬가지로 필로소피 라운지 역시 바텐더를 마주하는 바가 없습니다. 위스키 바 하면 당연하게 떠올리기 마련인 바를 없앤 이유는요?
수도원을 만들고 나서 반응이 너무 좋아서 뭔가 더 발전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시아 탑 100에 소개된 서울의 좋은 바들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리고나서 깨달은 건 제가 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런 고급스러운 서비스(지나치게 안락한 의자, 구두를 닦아주는 것 등)가 불편했고 바텐더와 나누는 대화도 어색했어요. 쉬려고 간 자리인데 제가 거기서도 바텐더분들이 무안할까 봐 대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바가 없는 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했고 코로나 시기에 개업한 법원에서 테스트했는데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 다른 현현 매장과 마찬가지로 이곳의 화장실 역시 무척 쾌적합니다. 실내에 있고, 청결하고, 남녀 구분까지 돼 있는 화장실은 경험 상 을지로-충무로 일대에서 정말 희귀하거든요. 심지어 첫 매장 ‘인생의 단맛’ 오픈 당시에는 700만원 인테리어 비용 중에 화장실 만드는데만 200만원을 지출했다고 하셨잖아요. 이렇게 화장실을 특별히 신경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군가 갑자기 계획에 없이 저희 집에 왔을 때 저는 화장실 청소가 안되어 있으면 그게 그렇게 부끄럽더라구요. 매장 내 다른 공간은 손님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볼 수 있지만 화장실은 그럴 수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화장실을 만들 때는 예쁘게 만드는 것 보다도 깨끗하게 보이고 청소와 유지가 쉬운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사용하는 동안 안심하실 수 있도록 자물쇠를 이중으로 설치하기도 합니다. 필로소피라운지를 만들면서 처음 손 건조기를 사용해 봤는데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페이퍼 타올이 없으니 한결 더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 “그 어느 때보다 동료들과 팀으로써 준비했고 내 몫은 적었다.”라고 적기도 하셨어요. 구체적으로 이번 제작 과정에서의 각 팀의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디자인 / 설계 / 시공 / 마감
형태 / 컬러 / 소재 / 동선

소재라는 건축회사와 콜라보로 디자인을 했구요.
가구는 피쉬팜
일러스트는 곽명주 작가님
시공은 바하 피앤디와 함께 헸습니다.
기획을 할 때는 예전에는 저의 비중이 컸는데 이번에는 아이디어 정도만 제가 내고 팀원들끼리 치열하게 회의하면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갈팡질팡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마음에 듭니다.
플레이리스트도 처음으로 제가 개입하지 않았고 회사 내에 재즈를 정말 사랑하시는 제레미가 맡았습니다.
시그니처 위스키도 모두 그의 솜씨입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밀주방 마스터라고 부르고 있어요.
PM도 제가 아닌 혜화가 맡았습니다.





[메뉴]

・ 시그니처 위스키 8종이 대표 메뉴입니다. 어떤 재료를 넣을지 구상하고, 테이스팅 해보고, 지금의 라인업으로 결정하기까지 전반적인 기획 과정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법원에서 처음으로 선 보인 딸기 위스키만 제가 기획을 했습니다. 위스키를 처음 마시거나 부담스러워하시는 손님들을 위해서 만들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법원에서 근무하시는 제레미가 동료들과 먹으려고 쑥으로 만든 위스키를 우연히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관심 없던 재료와의 조합이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을 수 있다는데 놀랐고 그 이후로는 다양한 재료(가급적이면 한국적이면서도 새로운)를 사용해서 블랜딩해 보고 있습니다. 메뉴판에 없는 새로운 위스키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 법원, 오무사, 헌술방과 마찬가지로 필로소피 라운지 역시 메인 드링크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주류 옵션을 마련했어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스키에 관한 전문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향도 있을 텐데, 선택지를 늘리는 건 어떤 의도에서일까요?
손님들이 저희의 공간을 왜 올까 생각해 보면 식당처럼 구체적인 무엇을 먹으러 오기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러 오시는 것 같아요. 매장마다 메인이 되는 주류가 있지만 독한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도 있고 술을 아예 마실 수 없는 분들도 있거든요. 실제로 저희 매장에는 자녀나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도 많고 그런 분들이 편하게 어울려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 그냥 위스키 바가 아닌 ‘위스키 & 디저트 바’를 표방합니다. 위스키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술을 달콤한 디저트와 먹는다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요. 또 하나의 메인 아이템으로 디저트를 고른 이유가 있을까요? 디저트를 선정하고 개발하는 데 고려한 기준은 무엇이었을까요?
위스키와 디저트의 공통점은 배를 채우기보다는 기분이 좋으려고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분들은 피하는 음식이기도 하죠. 1차가 아닌 2차에서 먹는다는 공통점도 있네요. 실제로 위스키를 마셔보면 독하고 쓰기 때문에 얇은 크림이 발려있는 화이트하임이나 쿠크다스가 무척 잘어울려요 주변에 워낙 오래된 맛집이 많은 것과 위스키 바의 문턱을 낮추고 싶은 의도도 한 몫 했습니다.




・ 처음 오신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을까요? 위스키와 디저트 조합으로 골라 설명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바에서는 볼 수 없는 시그니처 위스키들을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두유로 하이볼을 드시는 것도 추천해요. 디저트 메뉴도 위스키와 페어링이 좋으니 마음에 드시는 걸로 드셔보세요.





[서비스]

・ 직원을 부를 수 있는 호출 벨, 사진과 설명이 쉽고 명확하게 담긴 앨범형 메뉴판, 휴대폰을 넣어두고 대화와 사색에 집중하라 권유하는 나무 케이스까지 요즘 위스키바에서 보기 어려운 깨알 같은 요소들이 곳곳에 있어요. 이런 디테일한 장치들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나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해외여행 중 레스토랑을 가거나 고급 음식점에서 주문할 때 용어들이 낯설거나 주눅 들어서 가격 정도만 대충 보고 주문해 보신 적 없었나요? 스탭들이 바빠 보이거나 뭔가를 물어보는 게 부끄러운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메뉴판만 보고서도 어는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도록이면 상세한 설명과 사진이 있는 메뉴판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이상으로 신경 쓰는 게 서비스 디자인인데 공간의 분위기, 손님들의 편리함, 일의 효율성 등을 감안해 만들고 있어요. 필로소피라운지라고 이름을 정하고 나서 필로소피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어요. 저는 약간 귀여운 유머로 지은 이름인데 누구는 단어 그대로 철학으로 무겁게 느끼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필로소피를 저희가 정의하지 말고 모래시계나 메모가 가능한 코스터, 휴대폰 박스, 담화라는 웰컴 티, 플레이리스트 등으로 간접적으로 사색이나 대화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꼭 휴대폰을 박스 안에 넣지 않더라도 어떤 영감을 떠올리는 것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현 & 리퀴드유니온]

・ “서비스업 회사”라는 태그라인이 현현의 지향점을 압축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F&B, 공간 디자인, 브랜딩이라는 표현 대신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자”라는 구호를 강조하기도 하고요. 현현이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란 무엇일까요?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자주 생각하는 질문인데요. 즐거움, 휴식, 알맞은, 연결, 돌봄, 부동산, 교육, 지방, 일자리 같은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거나 불편함과 어려움을 해소하는 일들은 모두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회사와 사회의 한자를 찾아 봤는데요. 한자가 순서만 다르지 같더라고요. 결국 좋은 회사나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현에서도 F&B 가 아닌 주거와 일자리에 관련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이 집일텐데 제가 여러 집을 살면서 너무 많은 불편함을 느꼈어요. 누수가 발생했을 때 이해관계가 달라서 근원적인 보수 공사를 못한 적도 있었고 이기적인 이웃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관리가 잘되는 아파트에 살면 간단하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아파트를 좋아하거나 살 수 있는 여건은 아니잖아요. 자기 집을 짓는 사람들을 보면 집 짓는 일로 너무 힘들어 하더라구요. 소송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주거야 말로 좋은 기획과 서비스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현재의 집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이 곳에 사는 분들은 이 집이 다음 집을 위한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고 건축주 입장에서 보면 집을 짓는 과정이 즐겁기를 바랐습니다. 짓고 나서 관리와 임대도 품이 덜 들면 좋을테고요.
리퀴드유니온이라는 프로젝트도 창업 프로젝트라기 보다는 자신의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일자리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주 5일 이상 근무가 기본 원칙입니다.




・ 시각적 요소를 중심으로 방문객의 감각을 건드리는 쪽보다,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어떤 정서를 전달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고 느껴져요. 굳이 따지자면 감탄보다는 감동을 자아내고 싶어하는 회사 같다고 할까요. 실제로 새로운 매장을 기획할 때 무엇에서 출발하는지, 어떤 목표를 세우는지 궁금합니다.
제 에버노트에는 상호를 적어 놓은 노트가 따로 있는데요. 거기에는 수 많은 상호들이 적혀있습니다. 저는 어떤 문장이나 단어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고요 뭔가 재밌는 공간을 만나게 되면 그동안 지어 두었던 이름을 꺼내 보거나 좀 더 어울리는 이름을 새로 짓는 편입니다. 한글은 뉘앙스를 표현하기가 쉬운데 영어는 그렇지 못해서 주로 한글 상호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글과 영어의 구분은 없고 가장 어울리는 이름을 짓자가 기본 태도입니다.




・ 성수동이나 한남동, 도산공원 등 요즘 핫하다는 지역에서는 현현의 직영 매장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명륜동, 옥인동, 충무로, 성북동 등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즈넉한 동네만을 열심히 찾아 다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요. 매출과 유동 인구, 인지도 같은 요소를 고려하면 핫플레이스에 매장을 내는 것에 대한 내부적인 고민과 논의가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네 번째 가게를 오픈하고 나서 문득 깨달은 게 맞은 편에 가게가 없다는 점이었어요. 조용한 곳을 좋아해요. 그리고 새로운 공간을 찾을 때 권리금이 없고 빈 곳을 찾다보니 핫한 지역에는 매장을 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부동산이 워낙 비싸잖아요. 그래서 비워진 곳이나 잘 활용되지 않고 있는 곳을 보면 창작 욕구가 생기는 편이에요. 여기서는 무엇을 하면 사람들이 찾아올까?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높은 편이어서 기회가 되면 좀 더 다양한 곳에서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 흥미로운 스토리와 세련된 공간 디자인, 감각적인 굿즈, 친절하고 다정한 응대, 개성 있는 창작 메뉴… 이걸 다 갖추고도 몇 년 버티지 못한 채 사라지는 가게가 너무 많습니다. 그 가운데 현현이 10년간 오픈한 다수의 매장 중 단 한 곳을 제외한 모든 매장은 여전히 성업 중이에요. “현현은 오래 사랑받는 매장을 만듭니다”라고 자신감 있게 얘기하실 수 있는 근거인데요. 이렇게 오랜 시간 다양한 매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고작 10년 운영하고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한국은 워낙 빠르게 폐업하기에 할 수 있는 말 같기도 합니다. 매장의 성공 여부는 90%가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멋진 인테리어와 디자인은 처음에는 주목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저희가 가장 많은 실패를 하고 노하우가 있는 쪽도 운영이예요. 저희는 처음 공간을 기획할 때 이 공간이 5년 후 10년 후가 지나면 어떨까 생각해요. 낡지 않고 깊어지는 공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런 고민이 재료와 디자인에 영향을 끼칩니다. 메뉴를 결정할 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가 아니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중에 최고를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런 기준 속에서 가전기기, 조명, 손님들이 사용하는 물컵들이 결정됩니다.
더불어 장소성과 고유성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오늘도 성심으로”, “OMS (One More Service)”, “현현의 업무 매뉴얼에도 매장에서 손님 뒷담화 하지 않기가 있다” 같은 말에서 접객에 관한 대표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인스타 카페’ 풍자 밈이 회자될 정도로 사장과 직원의 응대에 민감한 시대인데요.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매장 직원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는 편인가요?
우선 채용할 때 서비스 마인드가 있거나 배려심이 있는 분을 채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작은 회사는 좋은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하는데요,  팀원들 끼리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애초에 손님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장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점장님을 좋은 분으로 모시려고 공을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스트 마인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이 공간의 호스트고 여기에 초대된 사람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나 살피는 거예요. OMS도 매뉴얼에는 없지만 내가 손님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무엇이 좋을까를 스스로 고민하고 행하는 주체적인 서비스입니다. 매일 올라오는 매장의 OMS를 보고 자주 감동을 받습니다.




・ 현현의 창업 컨설팅 프로젝트 ‘리퀴드유니온’ 웹사이트에는 읽을거리가 풍부합니다. 현현이라는 회사와 리퀴드유니온이라는 프로젝트에 관한 명확한 소개문은 기본이고, 그간 오픈한 매장에 대한 상세한 작업 아카이브로 모자라, [인생의 단맛]과 [참상인의 길]이라는 에세이까지 있어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설명하고 전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현을 스스로 생각해 봤을 때 인테리어 회사도 아니고, 브랜딩 회사도 아니고 창업 컨설팅만 하는 회사도 아닙니다. 저희는 스스로를 서비스업을 하는 기획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명분과 방법론, 유니크함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현현의 변별성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어떤 이유로 일을 시작하고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일을 하는지 세세하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더불어 [인생의 단맛], [참상인의 길], 블로그 등 내밀하고 사적인 기록까지 옮겨 담은 것은 창업자의 생각과 관점, 개인적인 스토리가 장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이 마시고 싶어지는 글들이었습니다. 제가 출판 편집자였다면 대표님께 당장 에세이를 내자고 매달렸을 거예요!)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 때 어떤 형식으로 만들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인테리어 회사나 브랜딩 회사처럼 세련되고 미니멀한 포트폴리오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떠오른 것은 이야기였어요.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이런 이야기들을 공유했을 때 누군가에는 작은 영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TPO
원래 TPO는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이라는 뜻으로 적절한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뜻합니다. 헤이팝 프로젝트 캐비닛의 TPO는 인터뷰이가 어떤 상황에 맞게 추천하는 장소를 소개합니다.

하덕현 대표가 영감을 얻는 장소/공간
평소 추구하는 ‘참상인’의 자세를 되새기게 해주는,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잘 선보이고 있다고 느껴지는 공간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가보지는 못했는데요 안동에 있는 복주회복병원.4무(냄새 무, 낙상 무, 욕창 무, 신체구속 무) 2탈(탈 침대, 탈 기저귀) - 존엄케어를 시행하는 요양병원입니다. 작년에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셔서 그런지 이런 병원이 세상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병원이 다른 병원과 차별되는 점도 기술이 아니라 마음인데요 서비스업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스크랩
[숫자로 보는 현현]
숫자로 보는 브랜드 포인트 및 임팩트 있는 요소 정리

・ 역대 직영 매장 & 현재 운영 중인 매장
10개
(인생의 단맛, 독일주택, 수도원, 오무사, 노바키친, 법원, 헌술방, 텅, 비어있는 삶, 필로소피라운지)
7개
(독일주택, 수도원, 법원, 헌술방, 텅, 비어있는 삶, 필로소피라운지_인생의 단맛, 오무사는 직원이 승계)

・ 직영 매장 제외, 컨설팅으로 참여한 매장
공그로트, 곰팡이마트, 파랑새극장, 서당개2년로스터즈, 풍월, 두루미, 또또, 포캣빌라

・ 창작 메뉴 (현현만의 독창적인 레시피로 만든 칵테일, 위스키, 디저트, 음식 등)
칵테일 - 백의 그림자, 슬리핑 레슨, 풀잎들, 계동 뮬, 밝은 밤, 법원 패션드, 정든 성곽에서, 최백호 패션드 등
위스키 - 쑥 위스키, 백도 위스키, 목밀 위스키, 마롱 쇼콜라 위스키, 청사과 위스키 등
디저트 - 미드나잇 파르페, 위스키 샌드, 대파콘(대파 스콘), 베리베리 굿 크럼블, 고메 케익(고구마 무스 케이크) 등

・ 공간 기획에 영감을 준 문화예술 (책, 영화, 미술, 아티스트 등 매장 아이덴티티에 깊은 영감을 준 문화예술 요소)
최근에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영감과 에너지를 많이 받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일방적이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전시 작품이 주기적으로 바뀐다는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간이 새롭게 유지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Editor : 김정현



위 내용은 헤이팝 인터뷰 전 진행했던 서문 인터뷰 입니다.
인터뷰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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