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롱블랙
인터뷰 :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B
유명하다는 맛집이나 카페, 전시를 찾아다니는 일을 흔히 ‘도장 깨기’에 빗대죠. SNS엔 지역마다 ‘꼭 가봐야 할 장소’ 추천 글로 가득해요. 화려한 음식 비주얼, 독특한 실내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죠.
‘지금 가야 할 곳’을 메모장에 쌓는 사이, ‘다시 가고 싶은 곳’을 담아두는 데엔 서툴러진 것 같습니다. 언제 가도 편한 단골집이 하나쯤 있으면 좋잖아요.
C가 그런 저를 데리고 한 골목 가게에 갔습니다. 서울 충무로와 을지로3가 사이 골목길, 오래된 여관방과 식당이 들어선 곳에 위치한 위스키 바 ‘필로소피라운지’였어요. 고동색 나무 벽과 올리브색 소파, 은은한 밝기의 주황색 조명이 어우러지는 곳이었죠.
인상적인 건 바텐더나 직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단 거예요. 벨을 눌러야 모습을 보였고, 주문이나 서빙을 마치면 다시 사라졌죠. 좌석엔 혼자 온 사람이 많았습니다. 위스키에 간단한 디저트를 곁들이며, 노트북을 켜고 일하기도 했죠. 핫플레이스 대신 ‘홀로 숨어들 공간’을 찾았단 생각에 반가웠습니다.
알고 보니 서울 종로 일대의 ‘골목 가게 기획자’가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F&B 서비스 회사 ‘현현’의 하덕현 대표가 그 주인공이었죠.
현현 하덕현 대표

현현이 만든 공간은 20개가 넘습니다. 중세 유럽 수도원을 그대로 옮긴 듯한 혜화 술집 ‘수도원’, 헌법재판소 앞 버번 위스키 바 ‘법원’, 창덕궁 전경을 품은 카페 ‘텅’까지. 2012년에 시작해 1년에 1곳 꼴로 부지런히 열고 있죠.
인상적인 건, 이토록 많은 가게가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성업 중이란 거예요. 화려한 콘셉트의 공간이 빠르게 뜨거워졌다 식는 사이, 현현의 공간은 어떻게 꾸준히 운영될 수 있는 걸까요? 하 대표를 직접 만나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Chapter 1.
서른다섯, 핑계 없는 일에 뛰어들다
서른다섯. 하덕현 대표가 장사를 시작한 나이입니다. 그전엔 배달부나 인터뷰 사진작가로 부지런히 일해왔죠. 하지만 마음 한편에 고민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잘 살고 있는 건가?’
하 대표는 줄곧 생각해 왔습니다. 부지런히 일하는 삶이 제일이라고. 그는 9살 때부터 신문 배달부로 일해왔거든요. 그 뒤에도 고시원이나 원룸에서 줄곧 살았고요.
한때 개그맨에 눈뜨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선 줄곧 ‘웃긴 애’로 통했거든요. 틈만 나면 선생님과 친구들을 웃겼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인 울산과 서울을 오가며 개그맨 공채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1년 만에 포기했죠. 하 대표는 고백합니다. 지독하게 외로워 도전한 직업이었다고.
“일종의 방어기제였어요. 혼자 살다 보니 너무 외롭고 고독했거든요. 그걸 숨기기 위해 더 웃고, 더 오버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자잘한 아르바이트와 배달원으로 8년, 인터뷰 사진작가로 7년.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사이, 하 대표는 어느새 서른다섯이 돼 있었습니다.
그는 불현듯 자기 삶에 대해 의심했어요. 열심히 살아왔지만, 잘 살아온 건지 몰라 혼란스러웠죠. 그러다 장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최선을 다해 만든 결과물로 손님에게 평가받는, ‘핑계 대지 못하는 일’이니까요.
“(다양한 일로) 이미 돈은 벌고 있었지만, 제가 생각하는 자립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장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일매일 매출로 성적표가 나오잖아요. 핑계 댈 수 없는 삶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죠.”
자신은 있었습니다. ‘뚝배기된장바지락칼국수’라는 그만의 시그니처 아이템도 있었거든요. 사진작가 시절 충청도의 된장 맛집을 취재하다 만들게 되었죠.
칼국수부터 고로케 푸드트럭까지. 여러 아이템으로 창업 준비를 했지만 모두 얼마 안 가 접었습니다. 온종일 똑같은 메뉴만 만드는 걸 못 견디는 성향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고요.
자신의 성향을 파악한 하 대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아이템이 아니라, ‘좋아하는 분위기’부터 가게에 녹여보기로 했죠.
Chapter 2.
인생의 단맛 : 외진 골목 칵테일 바, 13년 장수 비결그렇게 시작한 게 2012년 칵테일 바 ‘인생의 단맛’입니다. 서울 성균관대학교의 인근 골목길 지하 1층, 14평짜리 아담한 공간을 월 30만원에 임대했죠.
하 대표가 칵테일에 대해 잘 알았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엔 ‘메뉴’ 대신 ‘전하고 싶은 분위기’를 먼저 생각했어요. 하 대표 생각에 ‘가장 좋았던 기억’을 손님에게 전한다면? 그 기억을 간직한 채 또다시 가게를 찾을 거라 생각한 겁니다.
처음에는 제주의 청량하고 푸른 바다를 칵테일로 구현해 봤습니다. 제주의 현지 소주인 ‘한라산’과 푸른색 리큐어liqueur*를 섞어 친구에게 대접했는데 반응이 좋았죠.
*알코올에 설탕, 식물, 향료 등 감미료를 섞어 만든 술.
여기서 발전한 게 ‘방어진 블루’ 칵테일이에요. 고향인 울산의 바다에서 영감받아 만든 칵테일이죠.

“울산의 ‘방어진’이라는 유명한 항구의 이름을 따 칵테일을 만들었어요. 술은 진Gin으로, 푸른색 리큐어를 이리저리 조합하며 빛깔을 더 진하게 만들었죠. 위에는 올리브 오일을 띄워 바다에서 일어나는 기름 유출도 표현했고요.”
방어진 블루 역시 반응이 좋았습니다. 자연스레 술 만드는 게 즐거워지자, 아이디어도 샘솟았죠.
한번은 ‘맨정신이 마약’이라는 무알코올 칵테일을 만들었습니다. 박하사탕과 ‘아이셔’ 캔디를 잘게 가루 내어 함께 제공했어요. 마약처럼 말이죠. 도수가 높은 술(보드카, 럼, 진)만 섞어, 모두가 기피할 만한 독한 칵테일 ‘총, 균, 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배낭여행의 경험에서 만들었어요. 중간에 여행자들끼리 책을 바꿔 읽었는데, 유달리 두꺼운 책 ‘총, 균, 쇠’는 모두가 기피했거든요.
순식간에 100개가 넘는 칵테일이 만들어지자, 결심이 섰습니다. ‘창의적인 칵테일을 파는 바를 해 보자’고요.
개업 후 일주일, 손님은 0명이었어요. 후미진 골목에 있어 아무도 찾지 않았죠. 하지만 하 대표는 꿋꿋이 가게 문을 열고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변화는 몇 개월 뒤 일어났어요. 한 손님이 매일 찾아와 칵테일을 마시더니 며칠 뒤 지인을 데리고 왔죠. 그 지인은 또 다른 지인을 데려왔고요. 다섯 달이 지나자 손님이 가게를 꽉 채웠습니다.
손님들은 왜 주변에 인생의 단맛을 추천한 걸까요. 하덕현 대표는 그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했어요.
“‘단 한 명의 손님도 서운하게 내보내지 말자.’ 제가 장사를 시작하며 세운 가설이에요. 아무도 없는 가게에 들어올 용기 있는 손님 한 분만 들어와, 만족하고 나간다면? 다른 손님을 더 데려올 거라 확신했죠.”
어떻게 하면 손님을 서운하게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하 대표는 손님에게 전할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공들였습니다. 인생의 단맛을 ‘편하고 건전한 술집’으로 설계한 이유예요.
“지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당시 술집에 대한 인식이 좋진 않았어요. 전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혼자 와도 편하고 건전한 술집. 그래서 칵테일 가격도 싸게 받았고, 폐업한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을 잔뜩 빌려왔어요. 혼자 오는 손님들이 무안하지 않도록.”
의도가 통했습니다. 대학생은 물론 동네 주민도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어요. 혼자 온 손님은 만화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흥이 오르면 옆 테이블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죠. 많은 손님이 하덕현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여기는 혼자 올 수 있어서 좋아요.”
꼭 가게 콘셉트 때문에 잘 된 것만은 아닙니다. 하 대표는 장사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서비스 마인드’를 꼽았어요. 쉽게 말해 “손님을 서운하게 내보내지 않는 일”을 말하죠.
“손님을 무안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설거지하든, 음료를 만들든 뭐라도 하며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TV나 핸드폰을 보면서 손님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요.”
그렇다고 손님을 지나치게 환대하란 뜻이 아니에요. 하 대표가 지키는 또 다른 원칙이 있죠. ‘손님과 말을 놓지 않고, 합석하지도 않는다.’
“가게를 ‘나만의 아지트’라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계세요. 착각입니다. 어떤 손님과 말을 놓고 격식 없이 이야기하면, 처음 온 손님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불편해하겠죠. 그리고 다신 오지 않을 거예요.”

Chapter 3.
장소성 : 유명 상권 대신 ‘어울리는 장소’를 고민하라
보통의 가게 창업 절차는 이렇습니다. 메뉴를 정하고, 레시피를 연구하고, 그다음 장소를 물색하죠.
하덕현 대표의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가장 먼저 장소부터 정해요. 그런 뒤 ‘이 장소에 어울리는 아이템이 뭘까’를 생각합니다. ‘인생의 단맛’부터 지금까지 모든 가게가 이 순서를 따랐어요.
“저는 장소와 조응하는 공간이 좋다고 생각해요. 조응이란 개그로 따지면 ‘상황에 맞게 웃기는 일’입니다. 평소 재밌는 유머를 달달 외웠다 아무 데서나 던지면 사람들이 웃을까요?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살짝 비틀어야 사람들이 반응합니다. 장소도 그래요. 아무리 멋진 공간을 만들어도, 그 장소의 결에 안 맞으면 드라마 세트장과 다를 바 없어요.”
하 대표의 두 번째 가게인 맥주 바 ‘독일주택’을 볼까요? 오래된 상가와 주택이 들어선 골목길 끝자락에, 지은 지 50년은 돼 보이는 주택에서 영업 중입니다. 허름한 외관과 달리, 안으로 들어서면 햇볕이 내리쬐는 중정과 깔끔한 한옥이 나오죠.
이 골목은 원래 불량 학생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던 우범지대였습니다. 하 대표는 왜 하필 이런 곳에 두 번째 가게를 만든 걸까요?
“아는 분 통해 여길 소개받았어요. 누군가 오랫동안 거주하던 한옥이었는데, 세월이 만든 고즈넉한 느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마침 얼마 전 여행 갔던 바르셀로나의 오래된 가게들이 떠올랐어요. 외관은 좀 낡고 빛바래도, 내부는 말끔하게 단장돼 있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이뤄진 가게들이요. 한국에도 옛날부터 있던, 오래된 느낌의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가게를 수십 번 드나들자, 콘셉트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대신, 사람들이 조용히 찾아와 술을 마시는 한옥의 분위기를 상상했죠. 그렇게 만든 이름이 ‘독일주택獨一酒択’. ‘홀로 한 잔의 술을 마신다’는 뜻이었죠.
콘셉트는 ‘올드 앤 뉴Old&New’. 한옥의 뼈대는 유지했습니다. 대신 내부를 손봤죠. 이국적인 느낌을 위해 바람개비 같은 무늬의 스페인식 타일을 깔고, 좌식 테이블 대신 의자와 책상을 들여와 입식으로 현대인의 생활 습관에 맞췄습니다. 시기도 좋았어요. ‘혼술’이 트렌드가 되며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거든요.

Chapter 4.
고유함 : 100% 고품질이 정답은 아니다
인상 깊은 분위기의 또 다른 조건, 바로 ‘고유함’ 입니다. 가게의 인테리어나 서비스가, 쉽게 경험한 적 없을 만큼 ‘특별하고 고유한가’를 따지는 거죠.
하덕현 대표는 조언합니다. 식기나 소품, 인테리어를 비싸고 특별한 걸로 채울 필요는 없다고요. 의도하는 콘셉트를 선명하게 보려면, 가장 먼저 버릴 건 버려야 한다고 말하죠.
하 대표가 만든 서울 혜화의 맥주 바 ‘수도원’이 그렇습니다. 중세 수도원의 분위기를 충실히 재현한 가게로 유명해요.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건물 지하로 내려가면, 촛불이 밝혀진 어두컴컴한 내부가 나와요. 바닥부터 벽, 심지어 천장까지 울퉁불퉁한 벽돌이 쌓여있죠.
안주도 콘셉트에 충실했습니다. 실제 중세의 수도원 사람들이 먹을 법한, 단단한 식감의 빵을 내줬죠. 손님들은 “진짜 수도원에 온 것 같다”며 호응했어요. 심지어 벨기에에서 온 한 손님들은 “우리나라의 수도원보다 더 진짜 같다”며 놀랐다고 해요.
진짜 같은 몰입감을 구현한 비결이 뭘까요. 유럽에서 직접 소품이라도 공수한 걸까요? 하 대표는 “그럴 필요 없었다”고 말합니다. 예산은 5000만원. 의자나 책상, 촛대는 모두 값싼 서울의 빈티지 가게에서 공수했어요. 양초는 동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요.
“가게에서 쓰는 물건은 정말 빨리 닳고 망가져요. 장사하는 사람은 물건이 닳는 주기까지 감안해 예산을 짜야 해요. 모든 걸 고품질로 맞추겠단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손님들은 이 가게 물건이 진짜인지, 원산지가 어디인지 관심 있지 않아요. 공간에 들어섰을 때의 분위기, 즉 결과물에 충실해야 하죠.”

업계의 불문율을 부숴 고유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 대표가 만든 위스키 바 ‘필로소피라운지’가 대표적이에요. 위스키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깼죠. 중년 남성들이 즐기는 비싼 술이라는.
“위스키의 이미지를 희석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만들기로 했죠. 생각보다 씁쓸한 위스키와 달콤한 디저트가 궁합이 잘 맞거든요. 그래서 만든 게 파르페예요. 술 대신 파르페만 드시고 가는 분도 제법 있어요.”
메뉴에만 변화를 준 게 다가 아닙니다. 필로소피라운지는 위스키를 통한 ‘사색’을 제안해요. 시끌벅적하게 마시는 소주나 맥주와 달리, 위스키는 ‘혼자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술’이라는 매력을 살린 거죠. 그래서 하 대표는 필로소피라운지를 ‘혼자 시간 보내기 좋은 곳’으로 설계했어요.
“그런 공간을 만들려면 혼자 와도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해요. 그러려면 현장의 직원이 눈치 주지 말아야죠.”
1인용 테이블이나 바를 놓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하 대표가 공들인 시스템은 ‘꼭 필요한 순간에만 등장하는 직원’이었죠. 직원들은 손님의 시야에서 벗어난 안쪽 공간에 있어요.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거나 호출 벨을 누를 때만 매장에 나오도록 했죠.
위스키를 잘 모르는 손님을 위해, 메뉴판에도 배려심을 담았어요. 메뉴마다 사진과 맛 정보를 함께 붙인 앨범형으로 디자인했거든요. 각 메뉴가 어떤 맛일지 예상할 수 있죠.

Chapter 5.
서비스 마인드
분위기를 만드는 세 가지 조건 중, 그가 가장 강조한 건 서비스 마인드였습니다. 실제로 현현에서 즐겨 쓰는 키워드가 있어요. OMS. 즉 원 모어 서비스One More Service라는 뜻이죠. 말 그대로 손님에게 하나의 서비스라도 더 제공하는 겁니다.
특별한 매뉴얼이 있는 건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에요. 갓 들어온 알바생이어도, 상급자의 허락 없이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그는 한 가지 예를 들었어요.
“예컨대 가게는 한 시간 뒤에 문을 여는데, 밖엔 비가 오고 손님들은 줄 서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럼 잠깐 안에서 기다리시라고 할 수 있잖아요. 한번은 위스키 바 ‘법원’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부부가 문 앞에 서 있더라고요.
무슨 일인지 여쭤보니 ‘아내가 여길 너무 와 보고 싶어 했는데, 임신과 출산 때문에 못 와봤다’고 하더라고요. 들어오시라고 했죠. 직원들 불러서 유모차도 옮겨드리고, 다른 손님들이 아기 보는 걸 불편해하실까 봐 프라이빗한 룸으로 안내했고요.”
얼핏 들으면 아주 상식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 하덕현 대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죠. “그런데 이게 안 된 가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장사하면서 놀랐던 점은, 손님이 온다는 걸 고마워하지 않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거예요. 저는 가게에 손님이 온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느끼거든요. 세상의 수많은 가게 중, 딱 내 가게에 굳이 와서 돈을 쓰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손님이 오는 걸 당연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흉을 보고 귀찮아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실제로 하 대표는 서비스 마인드가 없는 가게들을 많이 봐 왔습니다. 대부분 얼마 안 가 문 닫았죠.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해도, 머무는 내내 불편했으니까요.
“대표적으로 이런 거죠. 손님이 주문하려고 하는데 직원들끼리 핸드폰 보고 웃고 떠들거나, 두 시간 정도 지나면 ‘치워드릴까요?’ 하면서 나가라고 눈치 주거나. 영업시간을 안 지키고 SNS로 휴무 공지하는 것도 흔하죠.”
손님에게 수고로움을 전가하는 일. 하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상인의 태도입니다. 손님을 대하려면, 나부터 사람을 좋아해야 하죠. 그는 덧붙입니다. “창업하고 싶으면 자신의 성향부터 파악하자”고요.
“자본주의 시장에서 소상공인으로 살아남으려면 취향보다 성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 커피 좋아해’, ‘나 와인 좋아해’. 그거 다 좋아해요. 커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취향만 가지고는 변별성이 없어요.
성향을 알라는 건 ‘나는 어떤 브랜드를 좋아해’ 같은 소비적인 게 아니라, 거짓 없는 나의 ‘본성’이에요. 내가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 여러 사람과의 얕은 관계가 좋은지,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가 좋은지 파고드는 거죠. 결국 성향을 알아야, 내가 뭘 해야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롱블랙 프렌즈 B
하 대표는 요즘 가게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이젠 직원에게 조금씩 가게를 맡기고 있어요. 다른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한 컨설팅도 진행하고,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참상인의 길』이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죠.
그럼에도 힘들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른 상인들의 정성스러운 감사 인사를 받을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요.
“저는 ‘작은 성취’가 사람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서른다섯이 되고 ‘인생의 단맛’으로 돈을 벌 때, 태어나 처음 성취를 느꼈어요.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만든 것으로 결과를 낸다고 느꼈거든요. 덕분에 12년 넘게 재밌게 일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작은 성취’를 찾아가면서 살지 않을까요?”
인터뷰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 https://longblack.co/note/1205?utm_source=longblack_search_w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