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뮤직



너의 통로(youtube)

참상인의 길 첫 북토크 행사를 마치고 책에 사인을 받으시던 한 분과 스몰 토크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쌍문동에서 막걸리 바를 하고 계시다는 것과 장사가 어려워 힘들어하고 계시다는걸 알게 됐다.
주방을 맡았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혼자서 운영하고 계셨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 낮에는 온라인 마케팅 일도 하고 있다고 했다.
한 번 들르겠다는 약속을 했고 얼마 뒤에 가게를 방문했다.
여러 가지 보완할 점이 있었지만 장소가 가장 큰 문제였다.
손님이 술을 마시려면 번화가에 있던가 조용하더라도 운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곳은 공영주차장을 마주하고 있었다.
주차장의 조명이 너무 밝아서 주점을 하기에는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날 손님도 우리 테이블 밖에 없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다행히도 사장님에게는 아직 에너지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어떤 근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무례할 수 있지만 나는 빠른 폐업을 권했다.
장사를 계속하고 싶으시면 에너지가 다 소진되기 전에 재정비하라고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빠르게 실행에 옮겼고 가게를 정리하고 남은 보증금과 아파서 받은 보험금이 남았다.
창업하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이었는데 다행히도 도봉구에 신청한 청년 창업 지원금에 선정되었다. 원래는 신규 창업하는 사람에게만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지원금이 남아서 기존 운영자에게도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해 준다고 했다. 다만 기한이 25년 2월까지 개업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 도봉구에 무권리 가게를 전부 돌아봤지만 막걸리 바를 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없었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계약한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게 뻔했다. 그러던 와중에 번화가 2층에 무권리 점포를 보게 되었는데 보자마자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막걸리 바보다는 주변에 1차를 마치고 오면 좋을 뮤직바 자리였다.
난관은 또 있었으니 부동산 중개인은 일반음식점은 절대 안된다고 했다. 건물주는 사무실로만 임대하기를 원한다고. 그래서 입지가 좋지만 비어 있는 거라고 설명해 주었다.
포기하기에는 시간도 대안도 없었고 건물주에게 편지를 써보겠냐고 물었다.
근성 있는 사장님답게 쓰겠다고 말했고 편지는 진솔했고 간절했다.
일주일 뒤에 연락이 왔고 미팅을 마친 건물주는 마음껏 해보라고 하셨다.
진심이 닿은 순간!
남은 기간은 6주.
여태껏 했던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부족한 자금과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쌍문동에 작은 쉼터를 간신히 마련할 수 있었다.
비록 LP는 아직 한 장도 없는 뮤직바지만 유튜브로 음악을 틀기에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수많은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발견한 문장.
’타임머신은 이미 개발되었다‘

어떤 일은 시간과 논리를 넘어서서 만나게 된다.
삶처럼 결과란게 없기에 과정이 다인 것이다.
영리함을 잃기 위해서 노력했던 프로젝트.

창밖으로 보이는 북한산을 보다 보면 여기가 골짜기 같아서 좋다는 생각이 든다.
뮤직바가 빛과 소금 같은 곳은 아니겠지만 세상엔 그늘과 설탕도 필요하니까.

👩🏻‍🍳어떤 라면이든 골라서 끓여 먹을 수 있는 골라면과 김치볶음밥, 엄선한 건어물이 있습니다.
뮤직바지만 환하고 뷰가 좋아서 북한산이 보이는 초저녁 입장을 추천드립니다.

🎶
화~일: 18:00 - 02:00 (월 휴무)



2025년 3월 ~ 영업 중
서울 도봉구 도봉로109길 11 2층
@gildong.music

만든이 - 송제엽, 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