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








그거 아니?
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오해하는 것보다 이해할까 봐 두려워.
이미 꽤 취한 형은 그 말을 하고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이 형의 글을 이해할까 봐 슬프세요?
진실하기야 하다면 슬픔도 괜찮지.
하지만 내 글은 진짜도 가짜도 아닌 것 같아.
내 글이 유일한 구명보트였는데... 이젠 그만 쓰려고. 세상에 할 말은 다한 것 같아.
걱정 마세요 아무도 형의 글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너는 위로도 참 정직하고 잔인하게 하는구나.
형은 깨끗이 울고서 다시 엎드려 잠들었다.

고국을 떠나는 형을 위한 술자리였다. 소설을 쓴다던 그 형은 문학이 필요 없을 것 같은 남국(南國)의 낙원 같은 곳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어떤 문학상도 받았다고 했지만 아직 읽어보진 않았다. 생각해 보니 술자리 아닌 곳이나 취하지 않은 멀쩡한 형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따로 연락해 본 적도 없을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가끔 함께하는 술자리는 괜찮았다. 그 형은 선배가 취해서 후배에게 들려줄 적당한 이야기들을 알고 있었고, 나는 경청하는 착한 후배의 표정을 꾸준하게 지을 줄 알았다. 일행들도 다른 테이블 손님들도 다 떠나고 둘 만 남았을 때 잠들었던 형이 깨서 물었다.
너는 무엇에 위로를 받냐.
맥락 없는 질문에 한참을 뜸 들이다 내가 답했다.
위로받는 게 없어요. 그래서 즐거움을 편애 하나 봐요.
그래도 뭐라도 하나 얘기해봐.
걸어요. 아님 음악을 듣거나.
음악이라... 문학도, 그림도, 위대한 건축물도 다 인간이 만든 것 같은데 음악은 인간이 만들었다 하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답단 말이지. 음악은 인간이 아니라 신의 영역 같아. 일단 제대로 듣기만 한다면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지. 좋아하는 노래 한 곡 틀어 봐라.
나는 박이소 작가가 빌리 조엘의 Honesty를 직역해서 부른 정직성을 휴대폰으로 틀었다. 우리밖에 없는 횟집의 비린내 속으로 음악이 흘렀다. 파리한 형광등 아래서 그의 목소리는 고통스러울 만큼 정직하게 들렸다.

정직성~
정말 외로운 그 말
더러운 세상에서
Honesty~
너무 듣기 힘든 말
너에게 듣고픈 그 말

이런 노래를 들려주고 잔인한 후배네. 그래도 듣고 나니 위로가 된다 야.
형이 위로가 된다니 저도 위로가 되네요.
새끼 표정 봐라 또 젖었네. 만감이 교차하는 네 표정 가끔 생각날 거다.



박이소 - 정직성 (원곡 : Bily Joel - Honesty)

따스함을 찾기는 어렵지 않아
그냥 사랑하며 살면 돼
진실을 찾는다면 그건 힘든 일이야
너무나 찾기 힘든 바로 그것
정직성~
정말 외로운 그 말
더러운 세상에서
Honesty~
너무 듣기 힘든 말
너에게 듣고픈 그 말
그 누군가는 나에게 이해한다고
내 진심을 보여 줄 때만
그럴듯한 말하는 그럴듯한 얼굴
그 누구를 믿어야 하나
정직성~
정말 외로운 그 말
혼탁한 이 세상에서
Honesty~
너무 듣기 힘든 말
너에게 듣고픈 그 말
사랑을 찾아서 친구를 찾아 안정을 찾아도 끝내는 헛된 것
달콤한 약속으로 날 편하게 해도
난 알아
난 알고 있어
깊은 생각에 잠길 땐 모른 체 해줘
많은 것을 기대하진 않겠어
내가 진실을 찾을 때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너만 내게 말할 수 있어
정직성~
정말 외로운 그 말
더러운 세상에서
Honesty~
너무 듣기 힘든 말
너에게 듣고픈 그 말




'정직성' 레시피


<재료>
이고르 보드카 45ml
페리에 라임 130ml

컵에 얼음을 넣고 보드카를 먼저 넣는다.보드카와 섞이지 않게 페리에 라임을 따른다.바스푼으로 살짝 저은 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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