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먼저 세우다





작년에 포캣빌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시공사 이사님이 만날 때마다 평양냉면 이야기를 하셨다.
솔직하게 말하면 평양냉면 애호가를 경계(?)하는 편인데 이분은 어떤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자신은 365일 점심은 평양냉면을 먹고 있으며 좋아하는 가게들은 면장(가게의 면 책임자)의 출근일에 맞춰서 먹으러 간다고 했다. 그중에 제일이 강화도에 있는 서령이라고 했다. 얼마 후에 강화도에 갈 일이 있어서 들렀는데 한적한 시골 국도변에 자리한 가게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다. 냉면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는데 인상 깊은 건 벽면에 붙여 논 소개글이었다.
서령(西嶺)이란 서쪽의 봉우리란 뜻인데 평양냉면의 불모지인 서쪽의 강화도에서 평양냉면을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도 쉽게 접근하고 즐기실 수 있는 평양냉면을 만들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라는 것이다.

놀랐다.
어떤 사람은 냉면집을 차리면서도 뜻을 먼저 세우는구나.
뜻이라는 단어 앞에 '기획'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옹색해지는가.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 세븐시즌스에 방문했을 때도 똑같은 기분을 느꼈다.
정원에 대한 레퍼런스를 위해 방문했지만 그곳은 전혀 참고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한참 전에 세운 뜻에 감탄과 감사만 하다가 왔을 뿐.
세븐시즌스에 대해 전혀 몰라도 식물에게는 일곱 계절이 존재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고, 모든 계절에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에 대입해 보면 가장 반대말은 '돈이 먼저 움직인다'인 것 같다.
*서령은 얼마 전 남대문으로 옮겨서 영업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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